[녹우온리전/인4] 황녹 신간 / 적녹, 고녹 구간 인포 정리
Tell me how long
황녹 / 신간
페이지 가격 미정
전연령가
대학생 AU
키세와 미도리마가 같은 대학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목표: 애들 연애시키기
키세가 삽질도 좀 하고 제 무덤도 좀 팝니다.
안 무겁게 가볍게 밝게 즐겁게! 대학생활! 썸! 싸움! 연애! 하는 이야기
샘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한창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어야 할 20세 꽃 같은 나이의 대학생, 키세 료타는 요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얼굴 잘생겨, 인기 많아, 학교에선 곁에 사람들이 끊기는 법이 없고 가끔 들어오는 모델 일도 뛰어가면서, 키세는 생활이 다소 바쁘기는 해도 자신에게 어느 것 하나 모자라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 키세라고 할지라도 1년 365일 내내 기분이 좋을 수야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기분이 저조한 것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수강신청 끝에 만들어진 썩 만족스럽지 않은 시간표와도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사소한 문제였고, 진짜로 키세의 기분을 저조하게 만드는 것은 그 시간표 때문에 수강하게 된 예정에도 없던 교양과목에서 만난 한 상대, 바로 미도리마 신타로였다.
60명이 넘는 수강생 중에서 키세가 미도리마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조별과제의 같은 팀으로 정해지면서였다. 전공 공부에 사교 활동에 일까지 하느라 충분히 바쁜 키세는 교양 강의까지 조별활동이 있는 것으로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불행히도 키세에겐 그다지 선택권이 없었다. 계획했던 시간표를 만드는 데 장렬하게 실패하는 바람에 시간에 맞춰 강의를 이리저리 골라내다 선택한 이 강의는 평소 키세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였는데, 강의가 기대하던 것보다 훨씬 학구적이고 어렵고 다소 지루하기까지 한데다 심지어 조별 발표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키세는 당장 수강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알아봤을 땐 이미 기간이 지나있었다. 그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중략***
그 때부터 키세는 미도리마와 사사건건 부딪히기 시작했다. 발표의 방향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작된 미묘한 신경전은, 키세가 나름대로 준비해 간 결과물에 대해 미도리마가 하나씩 반박하기 시작하면서 곧장 밖으로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말하는 듯하던 미도리마는 곧 서슴없이 키세에게 ‘너 틀렸어’ 하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거, 이 항목은 대주제랑 관계없는 방향 아닌가? 이전에 회의에서는 다른 내용을 넣기로 한 걸로 아는데.”
“그건 아는데요, 찾아보니까 자료가 영 적어서. 별로 상관없잖아요? 크게 엇나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엇나갔다는 것이다. 이거 하나 때문에 흐름이 끊기지 않느냐는 것이야. 뒤의 내용이랑 연결도 안 되고.”
“왜요? 원래 내용이 좀 더 어울리는 건 맞지만, 꼭 그렇게 맞아 들어갈 필요가……”
“있어.”
“아, 진짜. 고치면 되잖아요. 근데 정말 안 나오는 걸 나더러 어쩌라고요.”
“인터넷이나 개설서가 아니라 논문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인터넷 자료는 그다지……”
“논문? 저 그럴 시간 없는데요!”
“시간은 만들면 된다는 거다.”
“내가 이 과목 하나만 듣는 줄 알아요?”
“그 정도 성의도 안 들여?”
키세는 ‘야!’ 하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다른 조원들이 그들의 눈치를 보며 애써 중재에 나섰다. “자, 자.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나중에 다시 모이자. 시간도 늦었고.” 키세는 미도리마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도리마는 키세가 그러거나 말거나 평소 같은 무뚝뚝하게 멀끔한 얼굴로 차곡차곡 짐을 챙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세는 괜히 더 약이 올랐다.
***중략***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전면이 유리로 된 카페 안에서 음료 하나를 시켜놓고 무언가에 골몰해 있는 그 사람은 아무리 봐도 미도리마였다. 학교에서 한참을 떨어진 이곳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해 보지 않은 사람이 거기에 있어서, 키세는 가던 길도 잊고 카페 앞에 멈춰 서서 유리 너머의 미도리마를 바라보았다.
얇은 반팔 셔츠를 걸치고 카페 의자에 앉아있는 미도리마는 공부라도 하는지 테이블 위에 두꺼운 책이랑 노트를 펼쳐놓고 있었다. 왼손에 쥔 펜 끝으로 입술을 눌러가며 책에 열중해 있는 그 진지한 모습이 어쩐지 시선을 잡아끌어, 키세는 미도리마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 문득 눈을 찌르는 햇빛에 정신이 들어 손날로 얼굴을 가렸다. 자각하지 못했던 더운 공기와 뜨거운 햇살이 키세를 짓누르듯 감돌고 있었다. 여름은 여름이었다.
‘덥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도리마가 테이블 한편에 놓인 유리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들릴 리 없는 얼음 달그락대는 소리가 유리창 너머로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키세가 고개를 한 번 털었다. 계절은 한여름이었다. 가게 밖의 한낮의 거리는 너무 더웠다. 키세는 카페 안으로 들어갈까 망설였다. 키세는 문득 미도리마가 무슨 공부에 저리 골몰해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방학인데.
유리창 앞에 서서 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던 키세는 결국 말을 걸지 못한 채로 카페 앞에서 걸음을 돌렸다.
적응
적녹 / 구간
24p 2500원
전연령가
살인마(!) 아카시와 미도리마 사회인 AU
연쇄살인마 아카시와 어쩌다 휘말려든 미도리마 이야기입니다. 소재 주의, 다소의 윤리감각 상실 주의
잔인한 묘사가 아주 약간 포함되어 있습니다.
샘플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아카시가 웃었다. 아카시의 눈이 살짝 접혀 휘고 입가가 가볍게 당겨 올라가는 것을 보던 미도리마의 시선이 그의 잘 차려입은 옷차림을 지나 손끝으로 향했다. 그의 손이 어둠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미도리마는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까맣게 보이는 손이 어둠 때문인지 아닌지 미도리마는 확신할 수 없었다.
“미도리마 씨?”
아카시의 목소리에 미도리마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다시 시선을 들자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하고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아카시가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요.”
대답하면서도 미도리마의 시선은 다시 자리를 옮겨 아카시의 등 뒤를 향했다. 역시 까만 어둠이 자리하고 있어 물체를 거의 구분할 수 없었다. 이리저리 바쁘게 굴러다니던 시선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아카시의 발치를 향했다.
“그런가요?”
훔쳐보듯 시선을 슬쩍 내리깔았던 미도리마가 다시 황급히 눈을 들었다. 아카시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선명했다.
***중략***
아카시와 미도리마는 행동반경이 겹치는 일은 거의 없었으나 동네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종종 있었는데, 아카시도 미도리마를 알고 있었는지 처음에는 눈인사만 하던 그들도 어느 샌가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가는 정도의 사이로 발전해있었다.
“안녕하세요, 미도리마 씨.”
“좋은 아침입니다, 아카시 씨.”
그들은 서로의 나이가 같은 것을 알면서도 적당히 말을 높였고 간단한 인사나 가끔 주고받는 피상적인 안부인사 외에는 말을 주고받는 일조차 거의 없었다. 미도리마에게 아카시는 가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그것은 아카시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었다. 특이점이라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관계였다.
그랬을 터였다.
***중략***
서늘한 새벽바람이 기분 좋게 미도리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미도리마가 산책로 깊숙이까지 걸어 들어갔을 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미도리마는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처음엔 자신의 발걸음 소리인가 생각했던 것이 걸음을 멈춰도 똑같이 들려오는 것을 듣고 미도리마는 가만히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규칙적인 소리는, 풀벌레소리 같지도 않았고 발걸음소리 같지도 않았다.
‘무슨 소리지?’
평소였으면 신경 쓰지도 않고 지나쳤을 소리였지만 고요한 공원에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여서인지, 아니면 새벽에 느닷없이 눈이 뜨여 충동적으로 집밖으로 나온 탓인지 그 규칙적인 소리에 미도리마의 의식이 자꾸만 쏠렸다. 무시하고 마저 걸으려던 미도리마는 결국 몇 걸음 가지 못하고 홀리듯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돌아섰다.
미도리마가 흙길을 따라 점점 더 공원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가자, 시야를 가리고 있던 나무들 사이로 조그만 공터가 나타났다. 원래도 공원 내에 무성하던 나무들은 마치 다른 곳으로부터 격리시키듯 공터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런 곳이 있었던가.’
공원을 자주 찾지 않았던 만큼 미도리마는 이런 곳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공간이 생긴 모양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어 보였다.
‘숨바꼭질 하는 아이들이나 알 법한 곳이로군.’
공터에는 아마 다른 시설을 만들 계획인지 모래나 각목더미 같은 것들이 이리저리 쌓여 있었다. 애초에 숲을 정리해서 공터를 만든 지도 그렇게 오래 된 것 같지는 않았다. 이상한 소리는 그 숲의 안쪽으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가까이까지 왔기 때문인지 소리는 이제 제법 자세하게 들렸다. 애초에 그다지 큰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멀리서는 제대로 구분할 수 없었던 소리의 정체가 이제 겨우 구분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모래가 쓸리는 소리, 땅을 파고드는 소리, 그리고 약간의 금속성.
‘……삽?’
꿈을 꾸다
고녹 / 구간
24p 2500원
전연령가
원작으로부터 10여년 후 배경
미도리마가 타카오의 꿈을 반복해서 꾸면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샘플
또 그의 꿈을 꾸었다.
미도리마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코끝에 걸치는 실내 공기가 싸늘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숨을 훅 내쉬자 실내인데도 입김이 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커튼이 반쯤 걷힌 창밖을 내다보자 뿌연 성에가 낀 창 너머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완연한 겨울 풍경을 잠시 바라보던 미도리마는 잠옷 자락을 정돈하고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이것으로 몇 번째 꿈이지, 하고 생각하며 미도리마가 피곤한 눈가를 꾹 눌렀다. 남아있던 잠기운이 천천히 걷혔다. 꿈이란 것은 으레 잠에서 깨고 나면 순식간에 잊히게 마련인데, 어째서인지 그의 얼굴과 표정과 목소리가 미도리마의 눈꺼풀 안쪽에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남아, 눈을 깜빡일 때마다 잔상처럼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미도리마는 눈을 감고 샤워기를 틀어 머리부터 물을 끼얹었다. 감긴 눈 너머로 그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신쨩!’
퍼부어지는 물줄기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걸렸다. 미도리마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이 장난스럽게 휘는 모습이 미도리마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재생되었다. 몇 년째 보지 못한 얼굴이 멀찍이 서서 웃고 있었다. 꿈속의 미도리마는 어떤 낯설음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에게로 걸어갔다. 그는 미도리마 옆에 나란히 서서 무어라고 말을 걸었고 미도리마는 대답을 하기도 하고 인상을 쓰기도 하며 그와 함께 걸었다. 미도리마가 잠에서 깨기 전까지 그들은 꿈속에서 어딘지 모를 곳을 그렇게 나란히 걸었다. 미도리마는 얼굴을 세수하듯 한 번 힘주어 문지르고 샤워기를 잠갔다.
미도리마는 목도리를 풀고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고 출근길에 사 온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히터를 틀어놓아 조금씩 따뜻해져가는 실내 공기를 느끼며 의자에 앉자 겨울 아침의 적막이 진료실을 메웠다. 진료 시작 시각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있었다. 미도리마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미도리마는 며칠째 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다. 꿈 내용은 특별하달 것은 없었지만 또 매번 닮아있었다. 꿈속의 미도리마는 언제나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그러나 낯익은 공간 속에 있었다. 등장하는 사람은 미도리마를 제외하면 한 명 뿐이었고, 또 언제나 같은 사람이었다.
미도리마는 몇 년째 만나지 못한 고등학교 동창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와 언제까지 연락을 했으며 언제 끊겼는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벌써 한참을 잊고 지내 친구라고 부르기엔 약간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미도리마는 매일 밤 꿈에서 타카오 카즈나리를 만나고 있었다.
꿈속에서 타카오는 미도리마에게 늘 무어라고 말을 걸었고 미도리마는 그에 대답할 때도 있었고 가끔은 그러지 않을 때도 있었다. 미도리마는 잠에서 깨고 나면 자세한 대화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꿈속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다 일어난 것은 알았다. 꿈속의 미도리마는 한 번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했다. 그는 편안하다고 느끼는 공간 속에서 타카오와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놀거나, 혹은 그저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다 잠에서 깨고는 했다.
사실 미도리마는 왜 자신이 계속 타카오의 꿈을 꾸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그들이 고등학생 이었던 시절 자의든 타의든 늘 붙어 다니던 사이였으나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자의든 타의든 거의 만나지 않았으며, 서로의 얼굴을 본 지 아주 오래 되었고, 최근에 그를 떠올릴 만한 어떤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으며 사실상 미도리마는 고등학생 시절에 대해 자세한 일들은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했다. 어찌되었든 미도리마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와 직업을 갖게 되었으며 그에게 고등학생 시절은 즐거웠던 옛 추억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렇듯 미도리마에게 있어서도 그 시절은 좋은 기억들이 가득한 낡고 소중한 앨범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또 그 시간들은 책장 정리를 하기 전까지는 뽀얀 먼지를 얹고 있는 대개의 앨범들처럼 방치되어 있고는 하는 것이었다. 미도리마는 한동안 타카오와 동창들과 학생시절에 관해 완전히 잊고 살았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말하자면, 그 꿈을 꾸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미도리마는 타카오와 함께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타카오는 십여 년 전 모습 그대로였고 익숙한 교복을 걸치고 있었다. 타카오는 미도리마에게 쉼 없이 무언가를 떠들어대고 있었는데 대개 미도리마가 듣기에 시시껄렁한 내용들이었다. 미도리마가 이름만 들어본 밴드가 새 앨범을 냈는지 어쨌는지, 미야지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가 인터뷰에서 무슨 소리를 했는지 같은 것들에 미도리마는 전혀 흥미가 없었으나 그는 그저 타카오가 떠드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바닥에 깔린 보도블록 옆으로 작은 수풀이 우거진 길은 앞뒤가 온통 뿌옇게 흐려 그곳이 어디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미도리마는 그 장소를 아주 익숙하고 낯익다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드문드문 이끼가 낀 길은 걷고 걸어도 끝나지 않았고 미도리마는 타카오의 목소리를 들으며 말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미도리마가 눈을 떴다. 싸늘한 겨울 공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밤사이 기온이 더 내려간 모양인지 어제 아침보다 추워졌다고 생각한 미도리마는 코끝을 문지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 역시 그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모든 것이 뿌옇게만 떠오르던 어제의 꿈과 달리 오늘의 꿈은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미도리마는 어렴풋이나마 떠올릴 수 있었지만, 그러나 별다른 내용이랄 것도 없었다. 고등학생인 타카오와 미도리마가 재잘거리며 어디인지 모를 길을 걸었을 뿐이었다.
문득 미도리마는 그 길이 낯이 익다는 생각을 했으나, 여전히 어느 곳인지 떠올릴 수는 없었다. 좁고 축축하고 나무가 많은 길이었으나 기억나는 것은 그뿐이었다. 그러나 꿈속의 길은 잠에서 깬 미도리마에게도 여전히 어딘지 낯익게 느껴졌다. 미도리마는 씻는 내내 그 길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나 결론에 다다르지는 못했다. 미도리마는 조금 더 두꺼운 겨울 코트를 옷장에서 꺼내 입고 머플러를 단단히 둘렀다. 흘러가는 생각이 대개 그렇듯 짧게 머리를 맴돌던 그 생각도 바쁜 출근길 속에 흘러 없어졌다.
‘신쨩! 여기야!’
타카오가 큰 소리로 미도리마를 부르며 팔을 붕붕 휘저었다. 미도리마는 손에 들고 있던 음료 캔 중 하나를 타카오에게 던져주었다. 가볍게 받아드는 손 사이로 그가 좋아하는 탄산음료 상표가 보였다. 미도리마는 즐겨 마시는 단팥죽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시며 타카오 옆에 앉았다.
그들은 음료 캔을 손에 쥐고 벤치에 나란히 앉은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미도리마는 딱딱한 벤치 등받이에 살짝 기대 말없이 허공만 바라보았고 타카오는 손에 든 캔을 살살 돌리거나 손톱 끝으로 표면을 톡톡 두드려 소리를 내거나 했다.
‘졸리다.’
허공을 향해 다리를 쭉 뻗어 몇 번 휘저은 타카오가 말했다. 미도리마는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다 담쟁이덩굴이 올라가는 빨간 벽돌담으로 시선을 옮겼다. 발치에는 모래먼지 사이로 잡초가 드문드문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멀리에서 들렸다. 모여서 축구라도 하는지 이따금 와아 하는 탄성과 고함이 터져 나왔다.
‘기운도 좋아. 덥지도 않나.’
‘우리도 잠시 후면 부실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거야 알지. 그렇지만 덥잖아.’
‘네가 그렇게 더위를 타는 줄은 몰랐는데.’
‘네― 타카오 카즈나리 군도 인간이라서요. 유감스럽게도.’
타카오가 손부채질을 했다. 아, 더워, 더워 죽겠다. 투덜거리며 과장스런 몸짓으로 부산을 떨던 타카오가 곧 지쳤는지 축 늘어져 말없이 손에 든 탄산음료만 들이켰다.
‘있지, 신쨩.’
잠시 멀리서 사람들 떠드는 소리만 듣고 있던 중 타카오가 말했다. 금세 비워버린 탄산음료 캔을 손 안에서 빙글빙글 돌리다가 다시 입가에 가져다 댄 타카오는 음료수가 더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자 한숨을 푹 내쉬고는 팔을 늘어뜨렸다.
‘우리 주말에 어디 놀러 안 갈래?’
‘주말?’
‘거 뭐냐……그런 거 있잖아. 영화나 게임이나……. 아무튼 빵빵한 에어컨 아래서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거. 아, 수영장도 좋네.’
‘도서관이라던가?’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런 데 말고!’
‘농담이라는 것이다. 그보다 주말에는 주말연습이 있어. 너도 알지 않느냐는 것이야.’
‘아―암요. 알고말고요. 연습. 그래 연습 좋지…….’
타카오가 입을 댓 발 내밀고 꿍얼거렸다. 타카오는 잠시 축 늘어져 있다가 팔다리를 쭉 뻗고 기지개를 켜더니 나른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신쨩이랑 놀러 가고 싶다.’
신간은 낮은 확률로 펑크가 납니다. 높은 확률로 나옵니다. 마감이 너무 촉박하여 수량조사를 받을 여유도 없네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소량 들고갑니다. 구간은 재고 남은 분량만 가져갑니다. 마찬가지로 소량.
매진될 것 같진 않은데 빼두셨으면 하는 분 계시면 트위터로 멘션 주세요! 예약 받긴 좀 그렇고 안 찾아가시는 분이 계셔서... 저는... 슬픕니다... 흑흑
신간도 대충 2n페이지 선에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가격도 비슷할 예정
행사장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