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자리는 오늘 10위! 위태위태한 하루가 될 것 같네요! 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요주의~! 럭키 아이템으로 운기를 보충하도록 해봐요~ 오늘의 럭키 아이템은…」
아침 방송 오하아사(おはよう朝)를 보며 아침식사를 하던 미도리마는 그 날의 게자리 운세를 되새겼다. 위태위태한 하루라. 그렇지 않아도 미도리마는 요즘 매일같이 위태위태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럴 이유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눈앞을 또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간 기분이 들어 미도리마는 밥공기와 젓가락을 내려놓고 눈 위를 지그시 눌렀다.
‘정말 피곤한 모양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미도리마는 전날 병원 약국에서 구입한 영양제 통을 집어 들었다.
미도리마의 사고 흐름은 ‘내가 많이 피곤한 모양이라는 것이다.’에서 ‘정말 많이 피곤한 모양인 것이다.’, ‘아직도 헛것이 보이다니 링거 주사라도 맞아야 하나?’, 급기야는 ‘내가 나 모르는 사이 마약이라도 한 것인가…?’ 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자기 이름을 쿠로코라고 밝힌 그 헛것은 이제 수시로 미도리마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많이 피곤해 보입니다, 미도리마 군.”
“일이 많이 바쁩니까, 미도리마 군?”
“좀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미도리마 군.”
“일도 좋지만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고요, 미도리마 군.”
“좀 꺼지라는 것이다!”
또 무심코 헛것에 대고 언성을 높여버린 미도리마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미도리마는 정신의학 쪽으로는 자세하게 아는 것은 없으나, 환각이 선명하게 보이다 못해 말까지 걸어오는 것이 정상일 리 없는 것 같았다. 미도리마의 머릿속에서 환각, 환청, 언어와해, 정신분열증 같은 단어가 둥둥 떠다녔다.
“미친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음? 무슨 이야기입니까?”
“…….”
미도리마는 방금 큰소리를 얻어듣고도 또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헛것을 흘끔 곁눈질했다. 미도리마가 흘끔 바라보자 헛것도 아무 말 없이 미도리마를 빤히 주시하기 시작했다. 미도리마는 어쩐지 기분이 언짢아졌다.
환각은 남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키는 작고 하늘하늘한 머리카락에 대충 차려입은 낡아 보이는 기모노. 멍해 보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인상. 환각, 쿠로코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흐린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마치 뒤가 비쳐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미도리마는 생각했다.
잠시 환각과 마주보고 있던 미도리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미친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헛것을 뚫어져라 쳐다보다니 나답지 않은…”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미도리마 군. 전 헛것이 아닌데요.”
무시하고 등을 돌려 침실로 들어가려던 미도리마는 무심코 고개를 홱 돌려 쿠로코를 바라보았다.
“헛것이 아닙니다, 미도리마 군. 전 유령입니다.”
미도리마는 쿠로코를 완전히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미도리마는 핸드폰의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며 한 명의 연락처를 찾고 있었다. 리스트의 수많은 사람 이름 중에서 이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한 명의 이름을 찾아내기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사람의 이름자가 아무리해도 애매하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미도리마의 전화번호부는 대개가 대학 동기들과 선후배들, 교수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사람과 연락을 잘 하지 않는 편인 미도리마에게는 그들 한 명 한 명을 구분하고 생각해내는 것은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었다.
‘야마오카…아니고. 야마시타…아닌데. 야마모토…아, 야마모토는 두 명이군…둘 다 아니야. 야마무라…아, 찾았다.’
찾아낸 이름의 주인은 미도리마의 대학 동기로,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그럭저럭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듣기로는 정신과에 지원했다는 것 같았다.
‘본인이 내내 그렇게 할 거라고 말하기도 했었지.’
미도리마는 핸드폰 액정에 떠 있는, 꽤 오랜만에 보는 동기 이름을 가만히 바라봤다. 병원 수련의가 되고 나서는 서로 바빠서 얼굴 볼 일이 거의 없어졌던 것 같았다.
“미도리마 군? 뭘 합니까? 가만히 서서.”
그 때 뒤에서 헛것―스스로는 유령이라고 말하는―이 말을 걸어왔다. 쿠로코는 어느 샌가 또 그의 뒤에 서서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미도리마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화면엔 동기의 이름과 전화번호, 통화 버튼이 떠 있었다. 미도리마의 손가락이 통화 버튼 위를 망설이듯 맴돌았다.
“뭘 그렇게 보고 있습니까?”
쿠로코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화면을 같이 들여다보았다. 저보다 한참 키가 작은 동그란 머리통이 보였다.
“…유령이란 건 없다는 것이다.”
미도리마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쿠로코가 고개를 들어 미도리마를 마주봐왔다.
“제가 유령입니다, 미도리마 군.”
“꺼지라는 것이야.” 그가 다시 혼잣말하듯 말했다.
“싫습니다.”
미도리마는 인상을 쓰더니 몸을 확 틀어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무래도 제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미쳐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도리마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의 통화버튼을 힘주어 눌렀다.
펑크방지용 수량조사합니다. 부스는 일요일 온리입니다. 문의는 트위터나 이 게시글 댓글로 부탁드립니다.